", 해보시죠."


토오야는 앞의 남자를 향해 언제나처럼 눈을 치켜떴다. 남자는 어느 것을 가르치든간에 능숙하고 친절한 선생이었으나, 토오야는 그에게 딱히 이런걸 배우길 바라지 않았기에 매번 불만을 표출하게 되었다. 애초에 그로부터 무언가 배울거라 생각해서 셀에 것도 아니었고.


"... 같은거 바보같아."

"예절입니다, 사교지요. 그리고 무엇이든 배워두면 쓸모가 있는 ."


또다시 말에 이를 세우고 물어띁으려다가, 토오야는 입술만 잘근잘근 씹으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씹지 말라고 주의를 들었는데, 라는 생각이 퍼뜩 들어 그것 조차 그만두곤 어설프게 남자의 손을 잡고 허리에 손을 얹었다. 표정은 여전히 뭐씹은 것처럼 구겨져 있었지만 몸은 아까 배운 스탭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자는 입을 열어 하나, , 하며 왈츠의 박자를 맞춰주었다. 


넓은 안에서 음악 없이, 왈츠의 연습.

자신보다 키가 남자를 상대역으로 삼아 토오야는 움직였다. 

그의 진짜 이름도, 나이도, 지난 과거도, 속내도 모른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그저 셀의 리더라는 . 그리고 그가 오버드로서 지닌 신드롬. 군주라고 불리우는 코드명.

가까이 몸이 닿자 향을 맡게된다. 조금 익숙해진, 그가 자주 뿌리고 다니는 향수의 향이다. 은은하면서도 뒷향은 강렬해, 잊을 없는. 


...문득 향을 떠올리며 전장에서 다시 일어났던 순간이 생각나, 고개를 숙였다.


"나쁘지 않군요, 조금 뻣뻣하지만."

"이제 됐지."


, 하고 손을 놓아버렸다. 불편한 연미복도 벗어던지고 싶었지만 넥타이만 거칠게 끌러내고 소파로 앉았다. 남자는 여전히 미소를 띄우고 자신을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때부터 저런 표정이었지. 표정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보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토오야는 재수없는 얼굴을 한대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검은 앞머리가 내려와 한쪽 눈가를 가리고, 붉은 눈은 고혹적이다. 아마 남녀 상관없이 그를 보며 잘생겼다고 생각하리라, 그렇게 토오야는 생각했다. 입을 열면 그것 뿐만이 아닌 평가가 사람들에게서 나오겠지만. 아무튼 인간들은 바보같게도 외형을, 가장 먼저 보곤 하니까. 


-, 상관없는거지. 


"피곤합니까?"

"...몰라."


눈을 내리깔고 가만히 있자 활동성이 적어진 도롱뇽을 보는 시선으로 남자가 다가온다. 그리고 소파 옆에 앉아 자연스레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 토오야가 이전같았으면 미쳤어? 라고 외치며 그에게서 떨어졌겠지만 우습게도, 괴물은 짓을 여러번 당했기에 이제 온기를, 없는 호의에 가만히 되었다. 이것은... ...길들여진걸까. 아니, 이정도는 아니다. 자신은 언제든 그를 향해 목덜미를 물고 태워버릴 있다. 자신은 그를 이용할 뿐이며 그도 자신을 이용한다. 재미있군요, 등의 말을 내뱉으며. 물론 자신은 그가 하나도 재미없었다...


...춤을 알려주고, 수족관에 데려가고, 바에 데려가 고급 와인을 마시게 주며, 생전 처음 가는 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가고, 정장을 맞춰주고, 생일 선물이랍시고 커다란 선물을 가져오고, 다쳐서 병실에 있으면 꽃을 가져와주는 전부. 그의 놀음 하나에-손가락 하나의 움직임과 다름 없는 것이리라. 처음 그와 임무로 만났을때, 제게 응급 치료 키트를 주던 때처럼. 


그러니 토오야는 그저 아무것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신세계를 만든 날이 오면, 그는 제일 먼저 아래에 밟힐 것이다. 전까지 자신은 졈이 생각이 없었으며-혹은 된다 해도 상관 없었다. 졈인 채로도 욕망은 계속해서 타오를것이다. 살해와 파괴에 죄책감이 없는 지금도, 이미 졈과 다를 없을지도 몰랐다. 


"... ..."


문득 토오야는 그를 부르려다가 말았다. 사간으로도, 리더로도 딱히 부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더니 그런 맘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그는 손을 올려 자신에게 기댄 토오야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내일도 임무가 없을테니 데이트를 할까요, 데빌레이크."

"헛소리 . 차라리 임무를 시켜."


...그런 햇빛을 쬐는,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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