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기로기 뉴욕 캠페인 3부작 이후.

악마 이단자/윌리엄 메이슨 <그대를 광기로 이끄는 두번째 그림자>









우울증에 걸린 악마라는 , 우스운 말이긴 했다. 어쩌면 대법전 내를 속속들이 뒤져보면 윌리엄 메이슨 말고도 그런 이단자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울과 악마는 꽤나 어울리지 않는 단어지 않는가. 대법전 내에서 도플갱어로서 혼란을 일으켜 대신 묶여 일한지 89년째, 2019 뉴욕에서의 사건 이후 윌리엄은 익히 알고 지내던 서공을 찾아가 곧바로 기어스를 풀었다. 목은 홀가분 하면서도 허탈했다


90년은 그에게도 적은 시간이 아니었다, 우자라면 이미 태어났다 죽을 기간이고 인계의 모습은 빠르게 바뀌었으며, 언제까지고 괜찮을거 같던 대법전도 일이 한번 생겼다. 그동안 그는 악마로서의 본색이 많이 퇴색되었다. 남에게 불행을 주는 법을 잊고, 제약때문에 다른 존재의 모습을 따라하는 것을 거의 하지 못했으며, 안되는 장서들을 긁어모아 이를 악물고 자유를 위해 대법전의 개로서 열심히 임무를 수행했다. 형기는 점차 줄여졌지만 까마득했고 겨우겨우 오늘에서야 자유의 신세가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대파괴 이후로 일손이 엄청나게 모자라진 대법전은 그에게 정식으로 용병 계약을 신청했지만 윌리엄은 조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사실 엄청나게 꼴보기 싫어서 앞에서 욕설을 하고 싶었지만 겨우 참았다. 익숙한 공간에서, 감옥같은 대도서관에서 어서 나가고 싶었다. 인계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는 낡은 대법전 내부 거처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얼마 많지도 않았다. 처음에 여길 쓰기 시작했을땐 금방 끝날 알았는데


그러다가, 책상 위에서 기어스 하나를 발견했다. 바실리아, 그녀를 사건 이후 찾아갔을때 그녀가 자신에게 자작 기어스였다. 강제로 달린건 아니었으나, 그녀는 명백히 자신이 그녀의 장난감이 것을 바라고 있었다. 정말이지 마법사란 얼마나 탐욕스러운가. 마법생물이든 우자든 다른 마법사든 모두 그녀에게는 어떤면에선 존재 자체로서 즐거운 연구실험체일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어떻든, 그건 그녀가 생각할 것이 아니다. 윌리엄은 우울해졌다. 이걸 착용하면 우자들이 혐오스럽게 느껴지는건 나아진다고 들었으나, 기어스는 정말로 지긋지긋했다. 웃기기도 해라, 누가 목줄을 스스로 매겠어? 그는 기어스를 만지작거렸다. 자세히보니 붉은 그녀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듯 기어스도 붉은 색이었고, 그녀의 마법명이 써져 있었다. 마법전 스펠바운드때 보았던 그녀의 진정한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떠올랐다. 저쪽이 악마같단 말이지


윌리엄은 한쪽의 거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익숙해서 이제 자신의 얼굴 같은 금발의 남성의 얼굴이다. 이미 얼굴의 주인은 죽은지 됐다. 그는 그때 슬퍼하지 않았다. 우자들은 그러는게 당연하다. 딱히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고 평온하게 죽었다. 장례식엔 참석하지 않고, 그는 엘리야의 아들과 계약을 이어나갔다. 물론 앞에서의 모습은 바꾼채로. 아버지의 젊은 날의 모습과 완전히 같은 사람을 만나면 놀라지 않겠는가


한번씩 그동안 만난 우자들의 얼굴로 수없이 모습을 바꾸어보았지만, 어떤 모습이어도 혐오스러워 구토가 나올 했다. 괴로웠다. 세상은 모두 허상이며 결국 아무것도 모습이 아니다. 마법사들도 똑같아, 다들 모습이 아니며 우자들을 따라하고 있을 뿐이지. 하찮고 우습고 괴로워서 도플갱어로서의 무언가가 깨진 기분이 들었다. 몸도 머리도 지끈지끈거렸다. 거울을 보니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이 처음 태어났을때의 모습인 (null) 만이 있을 문이었다. 그는 바실리아의 기어스를 가져와 목에 찼다. 조금 마음이 가라앉았다


만약 지금 그에게 얼굴이 있었다면 울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얼굴이 없기에, 그럴 일은 없었다. 애초에 혼도 없기에 수도 없다. 그저 서러운 우자의 흉내뿐이다. 그는 방에서 나서서 모습이 없는 채로 비척비척 아방궁을 향해 걸어갔다. 제일 웃긴건 지금 이렇게 되어서도 스스로 소멸할 생각이 들지 않는 자신이었다. 결국 어쩔 없는 생물인가 싶었다


그녀를 찾아가며 윌리엄은 그녀에게 당한 굴욕과 수모들을, 힘을 빌려주고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감사인사를, 목의 기어스가 뜯겼던 기억을, '나는 대단하며 너는 무조건 아래다'라는 재수없는 눈빛과 목소리를 생각했다. 마법사들은 대부분 저렇다. 그녀만 저런게 아니며, 그동안 임무하며 만난 대법전 마법사들은 대부분 고까웠다. 자신은 그들에게 ' 사고를 일으킨 우스운 마법생물. 기어스가 달려있으니 써먹기도 편하다.' 인식 이하도 이상도 아녔다...아마 기어스가 풀렸어도 그러겠지


윌리엄은 그녀의 방을 찾아가며 발자국마다 모습을 바꾸었다. 레이첼의 모습에서, 다른 우자 여성의 머리색을 더하고, 몸은 다른 우자에다가, 손은 이걸로 하자. 얼굴도 조금 바꿔서...그녀가 조금이라도 맘에 들어할 같은 모습을 찾는다. 섞고 섞어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결국 도플갱어일 뿐이다. 이름도 없다. 인간으로서의 모습인 윌리엄도 인계에선 죽은지 됐다. <그대를 광기로 이끄는 두번째 그림자> 문을 노크했다


바실리아 앞에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 자기자신도 상상이 갔다.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돌려주러왔어."

"말했을텐데, 거부권은 없어."


뒤돌아 있는 그녀는 역시 제쪽으로 몸을 돌리지도 받지 않았고, 윌리엄은 들어가 책상에 붉은 기어스를 , 두고 왔다


" 있어, 바실리아."


그제야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윌리엄은 자신이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그래봤자 가짜지만- 부른걸 깨달았다. 그녀는 웃었고, 송곳니가 드러났다. 기어스를 잡아올려 다가와 길다란 손가락으로 직접 다시 윌리엄의 목에 매어주었다


"말도 되는 소리 하지 . 실험체."


시야에, 붉은 빛이 일렁였다. 지친 윌리엄은 퍽이나, 라고 생각하며 힘없이 마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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