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경에서 나가는 마법문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어째서 영원히 나갈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건걸까. 료우키는 아마 그동안 겪었던 일 때문에 저절로 그렇게 오해할 수 밖에 없었다고 스스로에게 변명했다. 바할도 가버렸고, 이제 둘이 이 문을 나서면 꿈에서 나가 현실로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자."
"그래."
료우키는 가기 전에 옆의 소년을 한번 더 바라보았다. 조금 긴 갈색머리칼에 새벽빛의 눈색을 지니고 있는 새 친구는 여전히 표정이 침착했다. 처음 만났을때와 자연스럽게 마법전에 처음 입회했을 때, 료우키가 온 곳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때나 자기자신의 과거를 사러 갈때, 바할과 이야기 할때 등등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크게 바뀌는 일은 없는 거 같았다. 뭔가, 료우키는 또다른 마법을 지금 여기에서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누군가의 꿈 속에서 나와, 과거가 없던 그가 스스로 '산' 과거들로서 구성되고 이후 현실에서 살아간다면 그건... 세계마저도 속이는 마법의 존재가 아닐지.
"뭘 그렇게 봐. 안 갈거야?"
"아, 아니. 가자!"
앞 일은 모르는 법. 료우키는 승현과 함께 빛이 흘러나오는 문의 너머로 발걸음을 동시에 옮겼다.
"...어라?"
정신을 차려보니, 청소를 하던 자신의 방. 꿈이었던걸까? 라고 생각했지만 흑백사진은 없어져있었다. 아니...사진마저도 환각이 아니었던걸까. 료우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직도 그 과거가 없는 자들이 모이는 곳이, 고향을 찾아 떠난다는 남자가, 실타래를 돌리며 별을 세던 소녀가...그리고 새로 사귄 친구가 떠올랐다. 하지만 곁에 함께 나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친구는, 온데간데 없었다. 난처함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아쉬움이 샘솟았다.
"어떻게 하지..."
나오면, 좀 더 그가 아직 잘 모르고 있어 보이는 마법에 대해 더 설명해준다고 약속했었는데 지금으로선 그가 현실로 온건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다른 국적이었던 거 같으니 역시 다른 나라에 있으려나? ...혹시 대법전에 새로 들어온 마법사들 중 그의 소식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며, 료우키는 방에서 나와 그 신비한 친구에 대해...그와 다시 만나고 싶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츰 더 확신이 어째 들었다. 그거야 ─
'...인연이 아직도 이어져 있어. 절대 꿈이 아니야.'
...하지만 세상은 맘대로 안 되는 법. 그 후 포탈을 통해 이리저리 수소문 해 봤지만 각국 포탈 지부 그 어느곳에서도 최근 새로 영입된 방문자의 마법사는 없다고 했고, 료우키도 그와 이어져 있을 뿐 쉽사리 찾을 수는 없었다.
어째서 다시 만나고 싶은가, 그거야...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은 그와 분명 친구가 되었고, 그가 나오는 계기가 되었으며...그러니 꿈 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가 스스로 바라던 삶을 살아가는걸 보고 싶었으니까. 수업 시간에 수업을 듣다가 무의식적으로 노트에 '윤승현'이라고 구석에 써 둔 뒤 덮었다. 뭐, 그래... ...상처가 되지 않는다면 괜찮다. 잘 지내고 있을걸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거니까. 그리고 자신도 포탈의 긍지를 지켜 그에게 절대로 불행이 닿지 않도록 할 각오였다.
'조금 아쉽네...'
료우키가 마법사의 방법으로서 지금 맺어둔 인연들-앵커-은 전원 승현을 빼고, 원한다면 만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선배이기도 하고 은인이기도 하며 빚을 지기도 했고 감사를 표할 자들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어져 있고 싶은 자들... ...힘들때 만나고 싶은 분들이었다.
다만 승현과는 그거 말고도 그냥, 좀 더 만나고 싶었다. 서로 티격거리면서도 대화하며 거리를 나아가던 그 때는 분명 혼자였다면 외롭고 겁이 났을 때였다. 또래로서 분명 여기, 현실에서도 친구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어?"
...료우키는 순간 무언갈 보고 믿지 못해 눈을 비볐다. 하교하고 로쿠분기시 시내에 갈 일이 있어 자연스레 버스를 타고 왔다가, 버스 밖의 인도에서 누군가가 지나가는게 보였다.
그것은,
─삐.
급하게 부저를 누르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필사적으로 뛰어갔다. 겨우 인파 사이를 헤쳐 한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안경을 쓴 교복의 남학생을,
이제 꿈의 파편이 아닌,
존재를,
─붙잡았다.
"...윤승현...!"
"... ...아."
뿔테 안경 너머로 차분한 새벽빛의 눈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헐떡이며 그의 소매를 잡고 숨을 내쉬느라 상체를 숙인 료우키를 보며, 그는 말했다.
"오랜만이네. 료우키."
숨을 내쉬던 료우키도 씨익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꿈의 계속이, 현실을 거머쥔 존재가 여기에 있다.
"...데리러 간다고 했었으니까."
※료우키가 새 방문자를 찾아도 승현을 못찾았던건, 이미 현실에서 승현은 들어온지 좀 된 방문자였어서(...)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땐 아마 마법명도 모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