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몽환의 저편으로 au(배드엔딩)
"허억...헉...흐윽..."
겨우 힘겨운 마법전을 해내고 단장을 거울로부터 떼어냈지만, 료우키는 금방 자신이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깨어진 거울로부터 나온 인영은 움직이질 않고 풀썩 쓰러졌다. 그쪽으로 황급히 다가가 료우키는 눈을 감은 승현을 붙잡고 끌어안았다.
"승현, 윤승현! 정신차려!"
운명변전을 받은 것도 아닐텐데, 그의 존재가 어쩐지 조금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마력을 유지하기 힘든건가, 억지로 수당을 하게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점차 료우키와는 다른 차원으로 이끌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마, 이 이경일 것이다. 흔들어도, 불러도 친구는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금안을 깜빡거리며 떠선 '무슨일이야.'라고 말할 거 같았는데...어째 눈물이 나올거 같은걸 꾹 참고, 깨어진 거울의 방에서 승현을 업고 료우키는 일어섰다. 아직 더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아닐거야... ...제발. 단장 회수를 다 하면...'
고요한 저택의 복도를 뛰어나가, 다음 단장을 찾기 위해 빠르게 돌아다녔다. 하지만 점차 지쳐만 가고, 승현의 몸은 희미해졌다. 눈은 떠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다급해진 료우키가 수당을 하는 것도 잊고 헐떡이며 계단에서 무너지자, 눈 앞에 문득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망가진 오드아이의 인형이었다. 금안과 청안의 망가진 인형은 분명 단장을 떼어냈을텐데도 기분나쁘게 움직여 료우키의 앞에 있었다.
그것이 말했다.
[돌아와주는구나.]
세계가 키득키득 웃었다.
료우키는 눈을 크게 떴다. 인형같은 승현을 다시 꽉 끌어안았다.
"승현이는 돌아가지 않아."
[인과는 거스를 수 없어. 어떤 기적이 일어나도. 그리고 환상은 밖으로 나가선 안돼.]
"그런 법은 없어...! 승현이는 나가고 싶어했어."
[그렇게나 내보내고 싶다면, 소중하다면.]
인형의 얼굴에서 파란 쪽의 눈이 떼구르르, 굴러내렸다.
[네가, 그 아이 대신 그 인과를 짊어져줄거야?]
"...뭐?"
[원래 소멸했을 존재의 결과를, 꿈속의 환상의 인과를 네가 대신 가져 간다면 네 삶과 그걸 바꿔줄 수 있어. 그러면 저 아이는 온전히 살아가게 되겠지. 평범히.]
"그런거, 가능할 리 없잖아...!"
침착하게 말하려고 해도 몸이 떨렸다. 키득대던 목소리는 이내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겹쳐져왔다.
[아직 넌 나에게 사랑받고 있잖아? 저 아이는 아니지만.]
[ 게다가 이 정도 일은 '기적'까진 아니지. 그저 교환인걸.]
[난 언제나 네가 소망한다면 들어줄 뿐이야...]
[카와카미 료우키. 너의 의지를 보여줘. 그래왔잖아.]
...그 말로, 료우키는 지금 이 존재가 무엇인지 파악했다. 그리고 이 제안이 거짓이 아니란 것도.
얼굴이 굳은 채 시선을 돌려 점차 흐릿해져가는 승현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평소같던 목소리를 들었던게 바로 엊그제였는데, 벌써 마음이 자꾸만 울컥해져왔다.
승현이는 살아가고 싶어했다. 과거를 가진 채 존재하고 싶어했다. 그 열망을 료우키 자신이 모를리가 없었다. 처음 그 곳에서 만났을때, 자신과 만나자마자 얼마 안 있어 곧바로 결심하고 행동해 나온 존재였다. 그 뒤로 현실에서 함께하면서 료우키는 점차 깨달았다. 이 서로간의 이어짐은 정말로 '닻'이자 '운명'이며, 그는 자신의 희망이자 미래가 될 존재라고. 자신 또한 그에게 그런 존재라는 것을...말은 다 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함께 겪었으니, 다 안다.
그러므로 소중했다. 절대 잃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여기에 오기 전, 딜런씨의 눈빛이, 말이 떠올랐다. 소중한 자를... ...뭐였더라.
[윤승현.]
염화를 해도 여전히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료우키는 여기서 제 삶을 포기할 만큼 바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계가 오고 있었다. 료우키는 아까 거울 속 단장을 봉인하다 크게 당해 마력해방도 했으며, 수당을 할 마소도 더는 남아있지 않고 이 이경의 마력도 짙어지고 있었다. 승현의 몸은 거의 반투명해진 상태였다. 아무리봐도 둘 다 나가는 것은 무리였다. 희망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일방통행이라, 자신이 나가는 것 또한 금서를 회수하지 않으면 아마 무리일 것이다. 경험상 그랬다.
"...좋아."
떨리는 입에서 그 말이 결국 나왔다. 료우키는 믿었다. 자신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대신, 윤승현-그가 제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그라면, 언젠간 자신을 다시 만나러 와 줄 것이다. 그가 자신을 만났었듯.
료우키는 품에서 장서 하나를 꺼내, 친구의 품에 쥐어주었다. 언제나 놓지 않던 [행운]의 장서. 어쩐지 승현에게는 제 몫까지 그게 필요해보였다. 옅은 그의 머리칼을 한번 쓰다듬고 고르게 바닥에 잘 눕혀둔 다음 마지막까지 시선을 놓지 못하다가 겨우 일어서 공중에 떠 있는 망가진 인형에게 다가갔다. 푸른 두 눈은 결심했는 듯 떨리지 않았다.
"승현이가 살아가길 바라."
그리고, 주변은 온통 어둡게 물들며
세계는 방문자의 소망에 또 한번 웃었다.
-
승현은 제 방에서 눈을 떴다. 어쩐지 조금 지끈거렸다...어제 도대체 몇시에 잤더라? 평소처럼 귀가해선 공부를 하다가, 조금 여가를 즐기다가 잤던거 같은데 무언가 기억이 희뿌옇게 된 기분이었다. 기분나빠... 눈을 비비곤 안경을 찾아 썼다.
그리고 문득 눈에 띄인 방 안 거울 속에서, 무언가 인영이 보였던거 같아 흠칫 했지만 헛것이겠지 하며 눈을 돌렸다. 밖은 새벽시간이었는지 이제 막 해가 뜨고 있었다.
승현은 일어서서 창 밖을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서, 해가 뜨고 있었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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