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줘요..."


사츠키는 자신이 늦지 않을거라고 믿었었다. 아니, 어쩌면 그냥 믿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상황은 아무리 각오했었던거였을지라도 실제로 봤을땐 충격이 대단했으니까. 하물며 그걸 당한 당사자는 어떻겠는가. 


한달 사라졌던 후배의 눈은 지금 보이지 않는듯이,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아래로는 피가 흘러나와 있던걸로 보아 일이 일어났는지 예상된다는게 끔찍했다. 원래라면 웃음기 가득했을 목소리는 그동안 비명으로 나오는게 전부였는지, 제대로 단어를 만들지 못하고 희미하게 한마디만을 반복했다.


살려줘요, 라고.


살려줘요,

살려...


어둠의 심장 소속 서적경의 실험대 위에 올라가 있는 존재는 지금 망가져 있었다. 그럴 밖에 없었다. 

정신도 몸도, 기억도, 마법사로서의 마력도. 전부. 전부전부. 그를 이루는 것을 전부 해체하고 재구축하고, 붕괴시키고 결합하고 붙이길 반복했을 거란게 검은 실험실 내의 흔적으로 있었다. 


사츠키는 다가가 허공으로 뻗지 못하고 떠는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곧바로 수면마법을 걸었다. 

자신이 뭔가 드러내기 전에.


"...서적경에 대한 처단 알아서 해주시죠, 생존자를 데리고 귀환하겠습니다."


있는 말은 그거뿐이었다.


-


'이거밖에 방법이 없나~, 완성한게 어디야.'


공방에서 며칠을 끙끙댔을까. 원하던 마법은 완성시켰으나, 댓가가 생각 이상으로 컸다. 쓰면 쓸수록 운명의 힘이 점점 약해진다니, 자신이 힘낼 밖에 없나~...그래도 보호자이자 선배로서 후배를 저렇게 냅둘 수는 없었다. 자신의 이기심이라고 해도 좋았다. 혹은,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을 탓해도 좋으니.


그녀석이라면 아마 탓도 안하고 화도 안내겠지만.


-


한번 쓸때마다, 서로를 잇는 인연이 약해진다. 

기억을 덮는다.

두번 쓰자, 감정이 희미해진다.

그때 그가 가졌던 감정들을 전부 안개 너머로 보내버린다.

세번, 네번, 다섯번...

...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이윽고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무덤덤한 얼굴로 사츠키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깨어나면 말이지, 뭐하러갈까?"


, 정말 이기적인 녀석이구나~라며 사츠키는 머릿속으로 초점 없이 며칠동안 가만히 인형처럼 앉아있던 렌의 모습을 자신도 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마법사의 망각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거라는듯이 사츠키는 렌이 눈을 때까지도, 내내 모습에 사로잡혀있었다.


그것은 분명 저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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