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졸업식때 편지를, 선생님께서 행복하신 날에 읽길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으나 언제 읽으실진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그때의 졸업식 이후로 몇년이 지났을거라고 예상하지만 선생님이시라면 집에 돌아가신 바로 이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이후로 몇년이 지나, 보통의 경사스러운 날인 생일이나 결혼식, 승진, 혹은 어떠한 이유로든 행복을 느끼고 편지가 생각나 어쩌다 읽으셨다면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편지를 까닭은 단지 뿐입니다. 그때 저는 선생님과 연락이 닿지 않을테니까요. 아마 멀리 있을겁니다. 일이 난건 아니고 단지 사실이 그렇습니다. 심려치 말아주세요. 갑작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그대로 있을겁니다.


아무튼 제가 선생님과 다시 만날 일은 없게 될걸 알기에 편지를 남겼습니다. 그래도 한번쯤은 축하드리고 싶기에.


고교 3 내내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내내 신경 써주신 것도 압니다. 선생님의 호의에 언제나 답하지 못했던 것은 반항도, 무엇도 아니라고 자리를 통해 변명합니다. 그냥 끊어질걸 알기에 그렇게 있었습니다. 선생님께 저도, 저에게 선생님도 이유를 가지지 못한다고. 

하지만 헤어질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저는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아마 편지가 끝나면, 선생님은 저를 기억하고 계시지 못할겁니다. 예전처럼 희미하게 기억의 편으로 가버릴거란걸 저는 압니다.

혹은 이전에 이미 잊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게 어떠한 일이 일어나서 말이죠.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을 탓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스스로 이어지지 않으려는 저의 몫입니다. 

이전 것들에 얽매여 스스로 나아가려 하지 않으려는 저의 몫입니다. 


시노하라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리고...어떠한 년도의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편지에는 이름을 적지 않겠습니다. 그래야만 편지가, 세상에 남을테니까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끊어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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