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현이에게.


지금은 임무중이고, 나는 처음 와 보는 나라의 지부에 와 있어. 잠시 다음 단장 회수 전에 쉬는 시간이야.

이번 사태가 세계적인거라고 해서 지금 마법문을 몇번이나 타는건지 모르겠다. 멀미는 안 나지만! 이럴때 힘들다고 하면 안되는거겠지. 같이 계시는 분과회원분들과 전력으로 맞서고 있고 해결하기 위해서 힘내고 있으니까. 실패 같은건 생각 안해.


평소처럼 메세지가 아니라 글로 남기는 이유는, 이 글은 전하지 않을거라 그래. 물론 네게 남기고 갈 수도 있지만, 난 네게 무언가 남기고 가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그냥...각오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내 안의 작은 불안감 때문일까. 당장이라도 돌아가서, 평소처럼 내 방에 들어가 휴대폰을 잡고 너와 잡담하다 웃으면서 내일은 뭘 할까 하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지금 이 마법재앙을 막으면서는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될걸 아니까. 약해지면 안되니까. '돌아가고 싶다'보다는 '전력을 다해 막는다.'만 생각해야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현, 만약 내가 돌아가지 못한다면 나는 네게 이 편지를 보낼거야. 어마무시한 금서의 함정에 빠져, 세계를 구하지 못하면 그렇게 되겠지. 글로 써도 아직도 참 현실성이 없네... 아, 이런거 쓰니까 또 약해진다! 앞에건 취소야. 그냥 보고싶어, 승현. 많이 보고싶어...그러니까 힘낼게. 어떠한 말을 들어도, 어떠한 고난이 닥쳐와도, 아무리 아파도, 너와의 연결이 끊어져도 일어날게.


...우리가 존재하는 의미는 뭘까? 살아가야하는 이유는, 죄는 뭘까? 언제나 일을 하면서 온갖 생각이 들어.

그렇지만 끊임없이 생각하고 찾아가며 삶을 놓지 않았으면 해. 너도 나도.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 도울테니까...네가 지금 내 두려움을 덜게 해주는 기둥인 것 처럼. 나도 그렇게 만들거야.


안녕, 승현. 그럼 다녀올게. 10분 남았네. 

떨린다. 


너의 친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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